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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구로구에 있는 3층 상가 건물. 1·2층에 자리 잡은 미용실과 피자집을 지나 걸어 올라간 3층 출입문에 이런 인사말이 붙어 있었다. 지난 8일 이 건물에 찾아간 기자를 맞이한 직원은 “다른 곳에 비해선 규모도 작고

박연진 이곳 보냈더라면…'사과' 가르치는 서울 유일 교육기관


“오는 발걸음이 힘들지 않았나요.”



▲사진 = 중앙일보

서울 구로구에 있는 3층 상가 건물. 1·2층에 자리 잡은 미용실과 피자집을 지나 걸어 올라간 3층 출입문에 이런 인사말이 붙어 있었다.

지난 8일 이 건물에 찾아간 기자를 맞이한 직원은 “다른 곳에 비해선 규모도 작고 전문상담사 수도 적다”며 ‘꿈세움 위(Wee)센터’를 소개했다.

이곳은 서울에 있는 유일한 학교폭력(학폭) 가해학생 특화 교육기관이다. WEE는 ‘우리(We) 청소년들의 감성(Emotion)이 존중되는 사랑의 교육(Education)’이란 의미를 담고 있다.



8일 오전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꿈세움 위(Wee)센터'의 입구 모습. 서울시교육청이 푸른나무재단을 통해 위탁운영 중인 이곳은 서울에 있는 26개 위센터 중 유일한 가해학생 특화 전문기관이다. 이가람 기자


















학폭 가해 학생 오는 ‘특별교육 기관’


이곳에 오는 학생들은 ‘발걸음이 힘들’ 수밖에 없는 처지다. 학폭 가해자로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의 조치를 받았기 때문이다.

관련 법에 따라 1호(서면사과)와 9호(퇴학)를 제외한 모든 조치는 의무적으로 특별교육이 부과된다.

학폭 사안이 심각해 ‘6시간 이상의 교육 조치’가 내려지면 반드시 외부기관에서 교육을 받아야 한다.



8일 오전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꿈세움 위(Wee)센터'의 모습. 특별교육 조치를 받은 학교폭력 가해학생들은 학교 대신 이곳에 출석하며 하루 6시간씩 교육을 받는다. 이가람 기자

각 시·도교육청과 민간단체가 운영하는 전문상담기관인 ‘위센터’가 대표적인 외부기관이다. 서울에 26곳이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교육 전문성을 높이고자 이 중 3곳을 피해특화로, 1곳을 가해특화로 지정했다.

꿈세움 위센터는 2017년에 가해 학생 특화 교육기관으로 지정돼 전문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날 센터에 학생들은 없었다. 센터장과 전문상담사 2명이 새로운 프로그램 개발과 교보재 정비에 분주했다.

이유미 센터장은 “아직 학기 초라 현재까지는 교육 대상자가 없다. 4~5월쯤 학교폭력이 발생하고 학폭위에서 조치를 받고 오는 학생들이 생긴다”고 말했다.

지난해 180명가량이 이곳에서 교육을 받았다.



가해 학생들은 학교 대신 센터로 오전 9시까지 출석해 50분 단위로 짜인 교육을 받고 오후 3시에 귀가한다.

센터의 전문상담사는 “특별교육의 가장 큰 목적은 자신이 한 행동이 폭력이라는 걸 인지해 반성하고 진정으로 사과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학년에겐 사과하는 법 중심 교육”




8일 오전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꿈세움 위(Wee)센터'의 모습. 특별교육 조치를 받은 학교폭력 가해학생들은 이곳에서 인형을 통한 역할극 등 다양한 교보재를 통해 교육을 받는다.

교육 첫날, 학생들은 폭력 허용도와 분노조절 자가진단 검사를 받는다. 성향에 따른 맞춤형 교육을 진행하기 위해서다.

인형을 이용한 역할극으로 가해자와 피해자의 입장을 바꿔보는 수업을 받기도 하고, 영상매체와 미술치료 등을 통해 의사소통과 분노조절 기법도 배운다.

이 센터장은 “특별교육 대상이 초1부터 고3까지 연령대가 다양하다. 비슷한 연령끼리 모아 수업을 하는 게 원칙이다”고 말했다.

이어 “주로 저학년은 자신의 행동이 무엇이 잘못됐는지, 고학년은 피해자에게 제대로 사과하는 방법을 중심으로 교육이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한쪽 책꽂이에는 자녀 양육에 관한 책이 있었다. 가해 학생의 부모를 위한 것이다. 자녀가 특별교육 이수 조치를 받으면 학부모도 반드시 교육을 들어야 한다.

주말에 학부모 특별교육이 진행된다. 학폭의 원인은 가정과 떼놓고 생각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2022년 한국교육개발원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전국 성인 남녀 4000명은 학폭 원인 1순위로 가정교육의 부재(33.9%)를 꼽았다.

교육을 이수한 학부모들은 설문지에 “어떤 부모인지 되돌아보게 됐다”, “공감의 중요성을 알았다”, “아이를 진심으로 사랑해줘야겠다” 등의 수강 후기를 자필로 적는다고 한다.



8일 오전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꿈세움 위(Wee)센터'의 모습. 특별교육 조치를 받은 학교폭력 가해학생의 학부모도 이곳에서 자녀양육과 관련한 교육을 받는다. 이가람


















“10시간으론 부족” 소견에도 학교로 돌아가


최근 학폭 피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가해 학생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센터에서 만난 사람들은 걱정스러워했다.

가해 학생 교육에도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의 26개 위센터에서 진행한 가해 학생 특별교육은 4157건으로 전년의 두배가 넘었다.



가해 학생 특화 교육기관이 생긴 것도 학폭 증가 추세에 따른 것이었다. 보다 효과적으로 가르치기 위해 전문성을 높였지만, 아직은 서울에 한 곳뿐이다.

일부 가해 학생은 교육 기회가 생겼는데도 거리가 멀다는 이유로 거주지 인근 위센터에서 특별교육을 받기도 한다.

상담사들은 “가해 학생 전문 교육기관이 더 생기고 교육 시간도 늘려야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전문 상담사들은 특화 교육의 안타까운 현실도 토로했다. 지난해 충남에서 사이버성폭력을 저지른 고교 2학년 가해 학생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특별교육 10시간 조치를 받았는데 종합심리검사에서는 폭력성이 높게 나왔다. 정신보건임상심리사가 “10시간 교육으론 부족하다”는 소견을 냈지만,

그 학생은 정해진 이틀간의 교육을 받고 다시 학교로 돌아갔다. 그 학생을 담당한 상담사는 “학교에서 추가 상담을 진행하기로 했지만,

연계 교육이 얼마나 잘 이뤄질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특별교육을 받고 가더라도 다시 학교폭력을 저질러서 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덧붙였다.



학폭위원으로 활동 중인 김경수 변호사(법무법인 빛)는 “특별교육 시간을 정할 때 선도교육과 치료에 필요한 시간이 어느 정도인지 전문가 의견을 들어보지 못한 상태에서

학부모 등 일반인들이 기존의 다른 사례를 참고해 시수를 정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박주형 경인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학폭의 유형이나 가해 학생의 가정환경 등

여러 요인을 고려해 교육 시간을 정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기준이 미비한 상황이다”며 “피해자 보호 못지않게 가해 학생의 선도 교육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lee.garam1@joongang.co.kr
[중앙일보 이가람 기자]

기사 원문 | 중앙일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475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