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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A씨는 친구 B씨에 대한 배신감으로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수년 전, B씨에게 큰돈을 빌려줬지만 이를 받지 못해 B씨를 사기죄로 고소했다. 그런데 B씨가 "돈을 돌려주겠다" "한번만 믿어달라"고 통사정을 하기에 합의서를 작성하고 고소를 취소했다. 그런 B씨가 또 자신의 뒤통수를 쳤다.

'돈 갚겠다'는 말에 고소 취소해줬더니 나 몰라라…"재고소해도 될까요?"






돈 안 갚는 친구 사기죄로 고소했다가 "돈 갚겠다"는 말에 취소
이후 감감무소식⋯사기죄로 재고소하고 싶은데 가능할까
변호사들 "원칙상 같은 사건은 재고소 안 되지만⋯합의 불이행, 고소할 수 있어"



▲"돈을 갚겠다"는 말에 고소를 취소했더니, 다시 '배 째라' 식으로 나온 친구. A씨는 그를 다시 고소하고 싶다. 과연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셔터스톡


최근 A씨는 친구 B씨에 대한 배신감으로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수년 전, B씨에게 큰돈을 빌려줬지만 이를 받지 못해 B씨를 사기죄로 고소했다. 그런데 B씨가 "돈을 돌려주겠다" "한번만 믿어달라"고 통사정을 하기에 합의서를 작성하고 고소를 취소했다. 그런 B씨가 또 자신의 뒤통수를 쳤다. 고소를 취소하자마자 B씨는 "돈이 없다"며 배 째라는 식이다.

A씨는 B씨를 용서할 수 없다. 다시 B씨를 사기죄로 고소해 법적 책임을 지게 할 생각이다. 그런데 고소를 했다가 취소했던 게 마음에 걸린다. 변호사를 찾아 '재고소'도 가능한지 물었다.


합의 빌미 고소 취소 유도 후 "돈 없다"⋯별도의 사기죄 성립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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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상 동일한 사안은 재고소하기 어렵다. 우리 형사소송법은 "고소를 취소한 자는 다시 고소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기 때문이다(제232조). "이미 고소했던 죄로는 다시 고소할 수 없다"는 '일사부재리(一事不再理)의 원칙'에 비춰봐도 그렇다.

'변호사 박재천 법률사무소'의 박재천 변호사는 "같은 사건은 다시 고소해도 각하 처분이 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각하란 고소가 적법하지 않다고 보고, 내용을 판단하지 않고 소송을 종료하는 것이다.

하지만 A씨의 경우는 사기죄로 고소가 가능할 수 있다고 본 변호사도 있다. 앞서 A씨가 B씨를 고소했던 건 기존에 돈을 빌려줬다가 못 받은 일 때문이었다. 이번에는 B씨가 합의를 빌미로 고소 취소를 하게 만든 뒤 약속을 지키지 않은 사안이기 때문에 별도의 사기죄가 성립된고 본 것.

법무법인 빛의 김경수 변호사는 "B씨는 합의하는 조건으로 돈을 갚기로 약속했다"며 "이를 이행하지 않았고 합의할 당시 신용이 좋지 않아 지급할 여력이 안 되는 점이 A씨를 기망(欺罔⋅남을 속여 넘김)해 재산상의 이익을 얻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법률사무소 인도의 안병찬 변호사도 "처음부터 합의금을 줄 의사나 능력 없이 형사처벌을 면하거나 감형받으려고 합의서를 받아낸 경우라면 사기죄로 고소할 수 있다"고 했다.

또한, 기망 행위로 기존 채무(A씨 경우 합의금)의 이행 연장을 받는 경우 그만큼 재산상 이익을 얻은 결과가 돼 사기죄가 성립된다는 대법원 판례도 있다. 돈을 갚을 능력이나 의사도 없는 채무자(돈 갚을 사람)가 돈을 갚는 기일을 미루기 위해 채권자(돈 받을 사람)에게 어음을 준 경우였다.

이를 A씨 사건에 적용하면, B씨가 돈을 갚을 생각이 없으면서 특정 날짜까지 합의금을 줄 것처럼 속이고 기존 채무의 변제기를 늦출 목적으로 합의서를 작성한 사실이 있다면 사기죄가 성립한다는 의미다.

변호사들은 B씨를 '채무불이행자 명부'에 등록에 합의 내용을 이행하도록 압박하는 방법도 쓸 수 있다고 했다. 민사집행법 제70조 제1항에 규정된 채무불이행자 명부는 쉽게 말해 돈을 갚아야 할 사람이 돈을 갚지 않았을 경우 '불성실한 채무자'로 명부에 등재할 수 있는 제도다. 채무불이행자가 되면 신규대출이나 카드사용, 계좌 이용 등이 제한된다.

JLK 법률사무소의 김일권 변호사는 "(합의 내용을 이행하지 않는 경우) 채무불이행자 명부에 등록시켜, 금융거래를 못 하게 압박하는 방법도 있다"고 했다.



sw.park@lawtalknews.co.kr
[로톡뉴스 박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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