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을 같이 잔 건 맞지만..전 강간범이 아니에요!
▪ 본 글에 기재되어 있는 사례는 실제 '법무법인 빛'에서 담당했던 사건의 결과를 기초로 그 내용을 각색한 것임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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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많이 변했어요.
요즘에는 이성과 교제를 하게 되면 성관계는 키스처럼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 되어 버렸어요.
더 나아가서 처음 만난 여성과 성관계를 맺는 일도 있는 거 같아요.
요즘 성범죄 사건들을 의뢰하러 사무실을 찾아오는 분들이 많아요.
항상 말씀드리지만, 저는 신이 아니기 때문에, 어떤 게 진실인지 몰라요.
우리 의뢰인이 정말 억울한 사람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죠.
변호인은 의뢰인을 믿고, 의뢰인의 편에서 방어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요.
반면에 수사기관에서는 범죄혐의를 밝히기 위해 노력하죠.
변호인도 수사기관도 정말 진실이 어떤 건지 알지 못해요.
객관적으로 드러난 증거들만이 결과를 대변해 줄 뿐이죠.
제가 열심히 노력해서 실제 가해자를 무혐의 받게 해준 것일 수도 있어요.
때문에 무혐의를 받아도, 무죄를 받아도, 마냥 기쁜 건 아니에요.
형사사건의 변호인은 항상 이런 고민 속에서 지낸답니다.
오늘 소개할 사건은 '강간' 혐의로 고소당한 의뢰인의 이야기예요.
결과적으로 우리 의뢰인은 '혐의없음'으로 불기소 되었는데, 그 이야기를 들어보도록 할게요.
누가 거짓말을 하는 걸까?
우리 의뢰인은 아는 지인인 '갑'과 '갑'의 연인이자, '갑'과 동거하는 '을'과 함께 술을 마셨어요.
시내에서 만나 1차로 술을 마시고, 이 사건 '을'의 집으로 이동해 2차로 술을 마셨어요.
밤늦게까지 술을 마신 우리 의뢰인은 피해자의 침대에서 잠들어 잠을 청했고, 피해자인 '을'과 '갑'은 바닥에 자리를 펴고 누워 잠을 잤죠.
중간에 잠이 깬 우리 의뢰인과 피해자는 바닥에서 성관계를 1회 맺었어요.
그리고 다음날 아침 경찰이 현장에 찾아와 조사를 하게 되는데..
피해자인 '을'은 우리 의뢰인과 성관계를 맺은 사실 자체는 인정했어요.
다만, 그 성관계는 동의 없는 원치 않는 성관계를 맺은 것으로 강간이라고 주장을 했죠.
반면, 우리 의뢰인은 동의에 의한 성관계라고 주장을 했어요.
과연 누가 진실을 이야기하고 있는 걸까요?
피해자의 피해 진술만 있다면?
사건 현장에는 피해자의 남자친구가 있었지만, 그 남자친구는 범죄현장을 목격하지 못했어요.
결국 이 사건은 피해자의 진술만이 유일한 증거인 거죠.
이럴 때는 피해자의 진술이 믿기 어려운 이유들!
즉, 상식에 반하는 사유들을 찾아내 수사기관이 피해자의 말을 의심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해요.
그렇게 함으로 인해, 반대로 우리가 하는 이야기들에는 신빙성이 부여되게 만들 필요가 있죠.
이 사건은 피해자의 남자친구와 함께 잠을 자고 있던 폭 165cm의 작은방에서 벌어진 사건이에요.
만약 피해자가 원치 않는 성관계를 하게 된 거라면, 충분히 옆에 자고 있던 남자친구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어요.
뿐만 아니라, 남자친구를 깨우지 않더라도 충분히 가해자에게 성관계의 거부 의사를 밝히거나 적극적으로 대응을 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하지 않은 것 자체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 할 수 있죠.
피해자는 남자친구를 깨우게 되면 가해자와 남자친구가 크게 싸움을 벌이게 될 거 같아 차마 소리를 지르지 못했다고 진술했는데,
이러한 진술들의 내용 자체가 매우 이례적인 주장이라 그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우리는 주장했어요.
그리고 가사 피해자의 말이 맞다 하더라도, 이는 실질적으로 성관계 자체를 묵시적으로 동의한 것으로 볼 수 있으며,
위와 같은 사실 만으로 강간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주장했어요.
그리고 추가적으로 우리가 피해자와 성관계를 맺게 된 전후 사정에 대해 구체적으로 적시해 서면을 제출해, 수사관들을 설득했죠.
내가 이 사건 피해자의 변호인이었다면?
이 사건의 피해자는 변호인을 선임하지 않고, 혼자 사건을 진행했어요.
만약 이 사건의 피해자를 제가 변호하게 됐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요?
이 사건은 결과적으로 불기소 되었지만, 사건을 진행하면서 피해자가 변호인을 선임했다면 다른 결과가 나왔을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때문에, 사건이 끝나고 우리의 승리로 결과가 나왔지만, 마냥 마음이 편치 않았던 사건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