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ght


피해자 3명 진단 4주 특수상해에서 집행유예 받을 수 있을까?




▪ 본 글에 기재되어 있는 사례는 실제 '법무법인 빛'에서 담당했던 사건의 결과를 기초로 그 내용을 각색한 것임을 알려드립니다. ▪









2009년 12월 18일.

서울에 있는 한 주점에서 싸움이 벌어졌어요.

그리고 경찰에 가서 조사를 받고 검찰에서도 추가 조사를 받았어요.

그런데 그 이후로 더 이상 사건이 진행이 안되고, 피고인 역시 그 일을 잊고 살고 있었어요.

그런데 2019년 12월

딱 10년이 지난 시점에 우리 의뢰인에게 재판에 출석하라는 서류가 날아왔어요.

10년이 지나 재판에 출석하라니..대체 무슨 사연인 걸까요?



난투극




2009년 12월, 우리 의뢰인은 낮에는 구청소속으로 노점상 단속하는 업무를 하고, 저녁에는 술집명함을 주변 식당에 돌리는 일을 하고 있었어요.



  연말에 한껏 들뜬 밤거리에서 우리 의뢰인은 술집 명함을 여기저기 돌리고 있었어요.



밤 늦게까지 명함을 돌리고, 낮에는 노점 단속을 하고, 쉴 틈 없는 일상에 우리 의뢰인은 지칠 대로 지쳐있었죠



의뢰인은 주점에 명함을 돌리러 갔는데, 명함을 돌리다 몇 번 마주쳤던 손님을 만나게 되었어요.

얼큰하게 술이 취한 손님은 우리 의뢰인을 자리로 초대하며 술을 권했어요.


그렇게 한잔 두 잔 술을 마시면서 우리 의뢰인은 명함 돌리는 걸 잊고 조금씩 취하기 시작했죠.

그런데 그 손님의 친구가 명함 돌리는 일을 하는 우리 의뢰인을 하대하며 무시했어요.

참았지만, 술에 취한 상대방은 점점 더 심하게 우리 의뢰인을 무시하며 이야기했죠.

혈기왕성한 우리 의뢰인은 결국 참지 못하고 언성을 높이게 되었고, 급기야 테이블 위에 놓여 있던 술병을 들어



상대방에게 던지고, 싸움을 말리는 사람들을 향해서도 술병을 들어던지게 되는데..









특수상해죄, 집행유예 받는 전략은?




형법

제257조(상해, 존속상해)
① 사람의 신체를 상해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 자기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에 대하여 제1항의 죄를 범한 때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③ 전 2항의 미수범은 처벌한다.

제258조의2(특수상해)
① 단체 또는 다중의 위력을 보이거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 제257조제1항 또는 제2항의 죄를 범한 때에는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② 단체 또는 다중의 위력을 보이거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 제258조의 죄를 범한 때에는 2년 이상 2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③ 제1항의 미수범은 처벌한다.

형사소송법

제249조(공소시효의 기간)
① 공소시효는 다음 기간의 경과로 완성한다.
1. 사형에 해당하는 범죄에는 25년
2. 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에 해당하는 범죄에는 15년
3. 장기 10년 이상의 징역 또는 금고에 해당하는 범죄에는 10년
4. 장기 10년 미만의 징역 또는 금고에 해당하는 범죄에는 7년
5. 장기 5년 미만의 징역 또는 금고, 장기 10년 이상의 자격정지 또는 벌금에 해당하는 범죄에는 5년
6. 장기 5년 이상의 자격정지에 해당하는 범죄에는 3년
7. 장기 5년 미만의 자격정지, 구류, 과료 또는 몰수에 해당하는 범죄에는 1년
② 공소가 제기된 범죄는 판결의 확정이 없이 공소를 제기한 때로부터 25년을 경과하면 공소시효가 완성한 것으로 간주한다.



우리 의뢰인은 2009년 당시 조사를 받고 범죄 혐의를 모두 인정했어요.

그리고 피해자 3명 중 2명과는 합의도 했어요.

그렇게 조사를 다 마치고, 공소제기되길 기다리고 있었는데, 세월아 네월아 시간만 흐르고 공소제기가 되질 않았죠.

피해자도 가해자도 사건을 잊어가고 있었는데, 2019년 12월 공소시효 만료를 얼마 남지 않은 상태에서 뜬금없이 공소제기가 된 거예요.


우리 형사소송법 제249조는 공소시효에 관해서 규정하고 있어요.

특수상해죄는 1년 이상 10년 이하의 범위에서 형이 정해지는 범죄이기 때문에, 형사소송법 제249조 제1항 제3호에 해당되어 공소시효는 10년이 되죠.

수사기관에서 2009년 당시 조사를 다 마치고 바로 공소제기를 했어야 하는데, 사건이 누락되었다가 공소시효 만료 전에 사건을 확인하고 공소제기를 한 거예요.

의뢰인이 산중 생활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공소제기는 2019년 12월에 이루어졌지만, 당사자를 찾지 못해 재판이 지연되었고,

뒤늦게 이를 알게 된 의뢰인은 2020년 8월이 되어서야 사무실에 방문해 사건을 의뢰하게 되었어요.





집행유예 받는 전략을 세우자




우리 의뢰인은 기존에 다수의 폭력 관련 전과가 있고, 피해자 모두와 합의를 본 것도 아니었으며,

위험한 물건을 휴대해 벌어진 사건이고, 피해자들 모두가 4주 이상의 상해진단을 받은 상태이기 때문에, 법정구속되더라도,

아니 오히려 법정구속되는 게 맞을 수도 있는 사건
이었어요.

그렇다고 이대로 구속될 수는 없죠.



이 사건에서는 두 가지에 집중했어요.

첫째는 당연히 합의고, 둘째는 공소제기 시점!



합의




피해자와의 '합의'는 재판부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양형자료에요.

이 사건의 피해자 3명 중 2명은 이미 2009년 조사를 받으면서 합의가 된 상태였어요.

당시에 나머지 피해자 한 명은 합의의사가 없었다고 하더군요.



 우리는 사건 당시 합의를 보지 못했던 피해자의 연락처를 모르고 있었기 때문에, 재판부에 '피해자 인적사항 열람복사 신청서'를 접수해 피해자와 접촉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어요.

재판부에서는 피해자에게 연락해 합의의사를 타진했고, 피해자는 합의의사는 있지만, 가해자가 아닌 변호인과만 통화를 하고 본인의 연락처가 가해자에게 전달되지 않기를 원한다는 의사를 밝혔어요.

재판부에서 피해자의 연락처가 가해자에게 전달되지 않도록 조심해 달라고 주의를 주셨죠.

수차례 피해자와 협상을 벌인 끝에 재판의 선고를 얼마 앞둔 상황에서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었어요.

여러차례 피해자를 직접 찾아가 사과드리고, 설득했어요.

물론 우리에게 너무 불리하지 않은 조건으로 합의를 보는 것도 중요했죠.



공소제기 시점




이 사건은 실제 사건이 벌어진 지 10년이 되어서야 공소제기가 이루어졌어요.

우리 의뢰인이 백번 천 번 잘못한 게 맞지만, 10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면서 그 처벌의 필요성이 매우 약해졌음을 강조했어요.



우리 의뢰인은 지난 10년 동안 자숙하면서 어떠한 범죄도 저지르지 않았고, 결혼을 하고 이쁜 아이를 낳아 가정을 이루었죠.

법의 이념 중에 '법적 안정성'이라는 개념이 있어요.

이 개념 속에는 다양한 의미가 내포되어 있지만, 제가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건 '예측 가능성' 이에요.

현재 내가 유지하고 있는 삶이 변화되지 않고 유지될 것이라는 기대!!!!

그 기대를 국가는 보호해줘야 할 의무가 있어요.

이 사건에서 국가는 공소제기할 의무를 해태해 상당한 기간인 10년 가까이 공소제기하지 않고 수사가 끝난 사건을 그대로 방치했어요.

당사자들은 이미 그 사건과 관련해서 처벌을 받지 않게 될 거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었을 가능성이 커요.

그리고 한편으로는 언제 공소제기될지 모르는 두려움으로 고통을 받았을 거예요.

우리는 이러한 점을 양형에 충분히 반영해 달라고 재판부를 설득했어요.



결과는?




재판부에서는 우리 피고인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그리고 12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했어요.

그리고 법정구속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설명하면서, 우리가 주장한 두 가지!

즉, 가해자가 피해자와 합의한 점과 사건이 실제 발생한 때로부터 10년이 지난 점 등을 들어 구속의 필요성이 적다고 양형이유에 명시해 주셨어요.



지난 10년 동안 가정을 꾸리고 새로운 삶을 살고 계시던 우리 의뢰인은 이번 사건으로 법정구속되지는 않을까 걱정하면서

선고가 날 때까지 매일 밤잠을 설치셨는데, 좋은 결과가 나와 정말 다행이에요.